어른이 돼서도 틱이 있습니다
틱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성인이 돼서도 지속되거나 새로 나타나는 틱이 있습니다. 소아 틱과 치료 반응이 다르고, 의식할수록 심해지는 특성이 있어 접근법도 달라야 합니다.
이지윤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핵심요약 3줄
- 틱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성인이 돼서도 지속되거나, 성인이 된 뒤 새로 나타나는 틱이 있습니다.
- 성인 틱은 소아 틱과 치료 반응이 다릅니다. 느리지만, 반응이 나오면 좋은 신호입니다.
- "의식하면 더 심해진다"는 말을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까먹고 지내는 것이 정신건강에 제일 좋습니다 —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게 치료의 역할입니다.
"이게 틱인지 몰랐어요"
성인 틱으로 내원하시는 분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본인이 틱인 줄 몰랐다는 것.
아이들 틱은 눈 깜빡임, 어깨 들썩임처럼 눈에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알아채고 병원에 데려옵니다.
그런데 성인 틱은 다릅니다.
- 혀를 입 안에서 반복적으로 움직이는데, 밖에서는 안 보입니다
- 목에서 "음" 하는 소리가 나는데, 헛기침인 줄 알고 넘깁니다
- 턱을 살짝 움직이는데, 습관인 줄 압니다
- 코를 찡긋하는데, 비염인 줄 압니다
주변 사람에게 "나 이거 보여?" 물어보면 "잘 모르겠는데?" 합니다. 밖에서 안 보이니까요. 그런데 본인은 계속 느낍니다. 혀가 움직이는 것, 소리가 나는 것, 멈추려 해도 안 멈추는 것. 이 "나만 느끼는" 상태가 스트레스입니다.
소아 틱과 성인 틱, 뭐가 다른가요?
| 소아 틱 | 성인 틱 |
|---|---|
| 갑자기 나타나고 갑자기 사라지기도 함 | 오래 굳어진 상태 |
| 치료 반응이 빠름 | 치료 반응이 느림 |
| 환경 변화(스트레스 제거)만으로 호전되기도 함 | 환경 변화만으로는 잘 안 됨 |
| 부모가 먼저 인지 | 본인이 인지하나 숨김 |
| 눈에 보이는 증상이 많음 | 겉에서 안 보이는 증상이 많음 |
| 기본 치료 기간 6개월 | 그 이상 걸릴 수 있음 |
가장 큰 차이는 치료 속도입니다.
아이들은 뇌가 유연하기 때문에 치료에 빠르게 반응합니다. 올라갔다가 확 좋아지기도 하고, 변화의 폭이 큽니다.
성인은 다릅니다. 수년에서 수십 년간 굳어진 패턴이기 때문에, 치료를 시작해도 반응이 느립니다. 한 번에 확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몇 개월에 걸쳐 서서히 변화합니다.
치료 시작하면 더 심해지는 것 같은데요?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오히려 증상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느끼시는 분이 있습니다. 혀 움직임이 더 빈번해진 것 같고, 없던 소리가 추가된 것 같고, 위치가 바뀐 것 같고.
이건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의식 효과
치료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증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집니다. "오늘은 어때?" "나아졌나?" 하고 계속 확인합니다. 이전에는 무심히 넘겼던 움직임이, 이제는 하나하나 인식됩니다.
틱의 특성상 의식하면 더 심해집니다. 안 하려고 하면 더 하게 되고, 신경 쓰면 더 느껴지고. 이건 틱이라는 증상 자체의 특성입니다.
치료 반응
틱 증상은 자연경과 자체가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합니다. 치료를 시작한 시점이 올라가는 시기였다면, 일시적으로 더 올라간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뭔가 변했다"는 것 자체가 반응이라는 겁니다. 증상의 위치가 바뀌거나, 양상이 달라지거나, 강도가 변한다면 — 몸이 치료에 반응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성인 틱에서 정말 두려운 건 무반응입니다. 아무것도 안 변하는 것. 변화가 있다면, 설사 일시적으로 심해진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경과는 나쁘지 않은 겁니다.
성인 틱, 왜 생기는 걸까요?
소아 틱의 원인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뇌의 기저핵 부위의 신경전달물질 불균형, 스트레스, 환경 변화 등.
성인 틱은 여기에 축적된 스트레스와 자율신경 불균형이 더해집니다.
실제로 성인 틱 환자분들을 보면, 단순히 틱만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 불안, 강박, 수면 장애, 만성 긴장 중 하나 이상을 함께 갖고 계십니다. 틱은 이 모든 것의 표면에 드러난 증상이고, 밑에는 자율신경의 과항진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틱만 잡으려고 하면 안 됩니다. 밑에 깔린 것까지 함께 다뤄야 틱도 안정됩니다.
한방신경정신과에서의 성인 틱 치료
뇌파 + 자율신경 검사
틱이 있는 분들의 뇌파를 찍어보면, 특정 뇌파가 과항진되어 있거나 전반적인 뇌파 균형이 무너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율신경 검사에서도 교감신경 과항진이 확인됩니다.
이 검사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치료 전후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체감하는 변화가 느려도, 수치상 개선이 확인되면 치료를 지속할 동기가 됩니다.
한약 치료
틱의 한의학적 접근은 간풍(肝風)과 담열(痰熱) 개념에 기반합니다. 쉽게 말하면,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로 인해 체내에 열과 노폐물이 쌓이고, 이것이 근육의 불수의 운동(틱)으로 발현되는 구조입니다.
한약으로 이 열을 내리고, 긴장을 풀어주고, 자율신경을 안정시킵니다. 소아 틱에서도 같은 원리를 적용하는데, 성인은 용량과 구성을 다르게 조절합니다.
침 치료
틱 부위와 관련된 경혈에 침 치료를 시행합니다. 특히 안면부 틱(혀, 턱, 눈)의 경우 안면 경혈과 경추부 치료를 병행하면 효과가 좋습니다. 목·어깨 근육의 만성 긴장이 동반된 경우가 많아, 이 부분도 함께 풀어줍니다.
양약 감량 (복용 중인 경우)
정신과에서 틱 관련 약물(항불안제 등)을 복용 중이신 경우, 한약 치료와 병행하면서 단계적으로 감량합니다. 갑자기 끊지 않고, 반으로 줄이고, 경과를 보고, 추가 감량하는 방식입니다.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소아 틱보다 오래 걸립니다.
소아 틱은 기본 6개월 치료를 잡고, 대부분 그 안에 의미 있는 호전을 보입니다.
성인 틱은 6개월 이상을 보셔야 합니다. 수년간 굳어진 패턴이기 때문에, 몸이 변화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만 "한 번에 다 좋아진다"를 기대하지 않으시면, 과정 자체는 견딜 만합니다. 처음 한두 달은 변화가 미미할 수 있지만, 3개월 넘어가면서 "요즘 좀 덜한 것 같은데?" 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리고 그 "덜한 것 같은데?"가 점점 길어집니다.
성인 틱 환자분께 가장 드리고 싶은 말
까먹고 지내세요.
이게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입니다.
틱은 의식할수록 심해집니다. "오늘은 어때?" "나아졌나?" 매일 확인하면, 그 확인 행위 자체가 틱을 강화합니다.
약 드시고, 침 맞으시고, 그 외의 시간에는 최대한 잊고 사세요. 어느 날 문득 "어, 요즘 안 한 것 같은데?" 하고 떠오르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가 좋아지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안 보이는데?"라고 하면, 그 말을 믿으세요. 본인이 느끼는 것보다 밖에서 보이는 건 훨씬 적습니다.
천천히, 꾸준히. 성인 틱은 그렇게 나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