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전문의
음주클리닉

아버지가 집에서 혼자 술을 너무 많이 드세요

노년기 혼자 마시는 술은 잠이 안 와서, 외로워서, 할 일이 없어서 시작됩니다. 장기 음주는 뇌 기능을 떨어뜨리지만, 금주 후 일주일이면 변화가 시작됩니다.

이지윤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핵심 요약

  • 노년기 혼자 마시는 술은 "술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잠이 안 와서, 외로워서, 할 일이 없어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장기 음주는 뇌 기능을 떨어뜨리고, 기억력 저하와 치매 진행을 앞당깁니다. 뇌파 검사로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고령이어도 금주 후 일주일이면 식욕과 수면이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늦은 때란 없습니다

따님에게서 온 전화

"아버님이 약주를 좀 하시는데, 집에 계시면서 한두 잔 하시다 보니까 양이 엄청 많아졌어요. 하루에 두 병도 드시고, 몸을 본인이 못 가눌 정도로 드세요. 다음 날 기억도 못 하시고요."

이런 전화는 대부분 자녀분에게서 옵니다. 본인이 아니라 가족이 먼저 알아채고, 가족이 먼저 걱정합니다.

그리고 보통 이렇게 덧붙이십니다.

"상담을 받으면서 치료를 해볼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하고 계신 분도 많습니다.

왜 어르신들이 집에서 혼자 술을 드실까요?

"원래 술을 좋아하시는 분"인 경우도 있지만, 노년기 습관성 음주의 시작은 대부분 다른 데 있습니다.

잠이 안 옵니다

나이가 들면 수면의 질이 자연스럽게 떨어집니다. 초저녁에 잠이 안 오고, 새벽에야 겨우 잠이 듭니다. 술을 한 잔 드시면 잠이 푹 오니까, "수면제 대신" 드시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술이 잠을 재우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수면의 질을 더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자다가 자주 깨고, 깊은 잠이 안 옵니다. 그러면 더 많이 마셔야 잠이 오고, 양이 점점 늘어갑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깁니다

배우자와 함께 거주하시더라도, 낮 동안 혼자 계시는 시간이 깁니다. 자녀는 근처에 살지만 매일 찾아오지는 못합니다. 특별히 할 일이 없고, 나가기도 귀찮고,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손이 갑니다.

몸이 불편합니다

혈압약, 전립선약, 관절약 — 이것저것 드시면서 몸 여기저기가 불편합니다. 소변을 자주 보시니 밤에도 두세 번씩 깨시고, 깨면 다시 잠이 안 옵니다. 이 불편함을 술로 해결하시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 "잠이 안 와서 한 잔 → 한 잔으로 안 돼서 두 잔 → 하루 두 병"이 됩니다.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도 가족도 "원래 좀 드시는 분"이라고 넘기게 됩니다.

장기 음주가 뇌에 하는 일

노년기 음주가 특히 위험한 이유는 입니다.

실제로 장기 음주를 해오신 고령 환자분의 뇌파 검사를 하면, 정상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점수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냐면,

  • 뇌 활동성 자체가 현저히 떨어져 있음
  • 수면 시에 우세해야 할 뇌파(세타파)가 깨어 있을 때도 과다 출현 → 뇌가 깨어 있어도 멍한 상태
  • 집중력 수치가 극도로 낮음
  • 이 상태가 지속되면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음

"요즘 기억력이 많이 떨어지셨다" "방금 한 말을 또 하신다" — 이런 것이 단순 노화인지, 음주로 인한 뇌 손상인지를 뇌파 검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나이에 끊을 수 있을까요?"

가족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입니다. 고령인데, 수십 년을 드셨는데, 지금 끊는 게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가 옵니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보는 경과는 이렇습니다.

금주 후 시점변화
며칠금단 증상(설사, 손 떨림, 불안) 가장 힘든 시기
일주일식욕이 살아나기 시작, 밥맛이 돌아옴
한두 주수면 패턴 개선, 낮에 활동하고 밤에 주무시기 시작
한 달기력 회복, 표정이 밝아지심, 대화량 증가
석 달뇌파 재검사에서 수치 변화 확인 가능

일주일만 금주해도 식욕이 살아나고, 수면 패턴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가족분들이 "아버지 표정이 달라지셨다"고 하시는 시점이 보통 한두 주째입니다.

한방신경정신과에서의 접근

왜 한방 치료인가요?

노년기 음주 문제를 정신과에서 다루면, 주로 금단 증상 관리와 약물 치료가 중심이 됩니다. 하지만 고령 어르신에게 향정신성 약물을 추가하는 것은 이미 복용 중인 약들과의 상호작용, 낙상 위험 등을 고려하면 부담이 큽니다.

한방 치료는 약물 추가 없이, 금주를 유지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에 집중합니다.

치료 구조

검사 — 현재 뇌 상태 객관적 확인: 뇌파 검사(EEG)로 뇌 활동성, 집중력, 인지 기능 수준을 측정합니다. 가족분께도 수치를 보여드리면서 "지금 아버님의 뇌가 이 상태입니다"를 함께 확인합니다. 막연한 걱정이 아니라, 숫자로 보면 가족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한약 — 잠, 식욕, 기력을 동시에: 어르신이 술을 드시는 근본 이유(불면, 식욕 저하, 기력 부족)를 한약으로 다룹니다. 잠이 오니까 술이 필요 없어지고, 밥맛이 돌아오니 기력이 회복되고, 기력이 생기면 낮에 활동할 수 있게 됩니다. 술을 대체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침 치료: 주 1회 내원 시 침 치료를 병행합니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있다"고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고령 환자분의 경우 격주 내원도 가능합니다.

가족 상담: 노년기 음주 치료는 환자 본인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가정 내에서 음주 환경을 줄이고,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족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매 내원 시 보호자 상담을 함께 진행합니다.

가족분께 드리는 말씀

"아버지한테 술 끊으라는 말 못 하겠어요"

이해합니다. 수십 년 드셔온 분께 "끊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말로 끊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술을 끊자"가 아니라 **"건강 검사를 한번 받아보자"**로 시작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뇌파 검사 결과를 함께 보시면, 본인도 놀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이 정도인 줄 몰랐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지금이 제일 빠릅니다

"이 나이에 뭘" 하고 미루시면, 다음에 보게 되는 것은 치매 진단입니다. 반대로, 고령에 금주를 시작해도 일주일 만에 몸이 반응합니다. 식욕이 살아나고, 잠이 돌아오고, 표정이 달라집니다.

아버님을 데려오시는 것. 그것만으로 치료의 절반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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